지난 3일 우리의 손으로 새로운 지방정부가 탄생했다. 새로운 지방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우리 지역사회는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과연 어떤 정책이 최우선으로 추진될 것인지에 대한 크나큰 기대와 수많은 질문을 동시에 품게 된다.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해 가장 먼저 붙잡아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일까. 물론 새로운 도로를 닦고, 번듯한 건물을 세우며,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지역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명제는 그 모든 화려한 정책의 끝에는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지방정부가 도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가장 첫 번째이자 무거운 약속은 단연코 ‘일자리’여야만 한다.
우리가 말하는 일자리는 단순히 매월 통장에 들어오는 소득을 얻기 위한 수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자리는 차가운 경제지표로 환산되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삶 자체를 대변하는 가장 뜨거운 지표다. 일자리는 한 사람과 그 가족에게 필수적인 소득을 제공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서는 개인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개인 스스로의 자존감을 불어넣어 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쁜 마음으로 출근할 곳이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사람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 머물게 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그렇기에 일자리 정책은 단순한 고용대책이나 숫자 늘리기에 불과해서는 안 된다.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지키고, 그들의 가족을 보듬으며, 더 나아가 우리가 속한 지역 공동체를 단단하게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행정이 돼야 한다.
충북은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이라는 탁월한 지리적 이점을 자랑한다. 탄탄한 제조업 기반 위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첨단산업의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는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무한한 가능성이 저절로 우리의 확고한 경쟁력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새 지방정부가 가장 먼저 날카롭게 직시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충북이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은 고민해 보면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청년 이탈의 위험이다. 우리의 훌륭한 청년들이 충북을 평생 정착할 공간으로 여기지 않고, 더 큰 도시로 떠나기 전에 잠시 머무는 정거장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둘째, 심각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다. 현장의 기업들은 일할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치고, 반대로 구직자들은 갈 만한 일자리가 없다고 한숨 쉬는 모순된 현실이다.
셋째, 기술 소외의 위험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등 산업 기술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기존 근로자들이 새로운 직무 역량을 제때 갖추지 못해 결국 노동시장 밖으로 속절없이 밀려나게 된다.
넷째, 지역 및 산업 간 양극화다. 양질의 일자리 기회가 특정 지역이나 특정 미래 산업에만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충북 내부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위험이다. 이러한 위험 요소들은 결코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쌓이고 곪아가다가,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지역의 활력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새 지방정부가 펼쳐야 할 일자리 정책은 단순히 취업자 숫자를 늘리는 일차원적인 접근에 머물러서는 절대 안 된다. 어떤 산업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고 있는지, 도내 기업들은 정확히 어떤 세부 역량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또 구직자는 그에 맞춰 무엇을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지, 우리 지역의 학교와 직업훈련기관은 산업 현장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이제 지방정부의 역할은 단순히 중앙정부의 일자리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스스로 ‘지역 노동시장의 적극적인 설계자’로 거듭나야 할 때다. 지역의 모든 사람이 각자의 조건에 맞게 배우고 일할 수 있을 때 충북의 노동시장은 더 넓고 단단해진다. 강한 충북은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강한 충북은 사람을 키우는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역 안에서 길러내고, 주민이 지역 안에서 일과 삶의 미래를 든든하게 설계할 수 있을 때 충북은 흔들리지 않는 힘을 갖게 된다. 산업만 성장하고 사람이 떠나는 지역이 아니라, 산업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동반 성장하는 따뜻한 지역이 되어야 한다. 새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열어갈 충북의 찬란한 내일을 뜨겁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