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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충북 청년들에게 ‘하나의 직업’이 아니라 ‘하나의 삶’을 설계하자!
09:35


 정수현 충북인적자원개발위원회 수석연구원

요즘 청년들을 만나면 비슷한 고민을 자주 듣게 된다. “무엇이 돼야 하나요?”, “아직 직업이 없어서 불안해요”이 질문은 단순한 취업 걱정을 넘어 자신의 삶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이 담겨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각종 일경험, 직업교육 등을 쌓아도 여전히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처럼 느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 하나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인생은 정말 하나의 직업으로만 설명될 수 있을까. 혹시 우리의 삶은 이미 여러 활동이 모여 구성되는 ‘포트폴리오’ 형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인이 오늘 아침 보내준 글을 보면서 이와 같은 질문을 제시한 사람이 있었는데 잊어버리고 있던 경영철학자인 찰스 핸디라는 글을 보면서 그가 주장했던 숫자와 성과 중심의 경영이 아니라 일하는 인간이 어떻게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사상을 다시 살펴봤다. 1980년대 평생직장이 당연하던 시절에 이미 그 종말을 예견했고 노동의 의미를 직업 바깥으로 확장해 해석한 인물이다. 그가 말한 ‘포트폴리오 인생’은 불안정한 노동을 낭만적으로 포장한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불안정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서, 개인이 어떻게 삶의 균형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직함이나 지위가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노동의 조합’이었다. 우리는 흔히 노동을‘돈 버는 일’로 정의한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지나치게 좁은 시각이라 생각했고 노동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임금을 받는 유급 노동, 가정과 삶을 유지하는 가사·돌봄 노동, 사회에 기여하는 봉사와 참여의 노동,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학습과 성장의 노동이다. 이 네 가지가 함께 균형을 이룰 때 삶은 지속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지금 충북의 청년들에게 특히 의미가 있다. 취업 준비 기간, 전공 외 학습, 단기 인턴이나 프로젝트, 가족을 돕는 시간, 지역사회 활동은 종종 ‘아직 일이 아닌 시간’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삶을‘포트폴리오’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시간은 임금이라는 형태로 환산되지 않았을 뿐, 분명한 노동이며 동시에 삶의 일부다. 이와 같은 시간들은 종종 공백이나 대기 상태로 인식되지만, 사실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중요한 노동의 과정이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이금희 아나운서는 워라밸 문화에 대해 인상적인 말을 전했다. “일과 개인의 삶을 엄격히 나눠 ‘쉴 때의 나만이 진정한 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일이 곧 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일과 삶을 대립적으로 나누는 통념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찰스 핸디 역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표현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삶과 일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삶의 대부분이 이미 일로 구성돼 있다고 봤다. 중요한 것은 일과 삶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의 일들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다. 돈이 되는 일, 나를 성장시키는 일, 누군가에게 의미를 남기는 일이 삶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충북은 수도권과는 다른 산업 구조와 노동 환경을 가진 지역이다.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청년들에게 더 빠른 결정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남들과 같은 속도로 하나의 답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의 조합을 만들어가는 힘이다. 하나의 직업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준비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울타리 밖’은 단순히 회사 밖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각, 성공의 공식, 노동에 대한 고정관념 밖으로 나가 보라는 것이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는 시대에 “나는 어떤 일들의 조합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오늘날의 청년들은 이미 그 철학을 가장 현실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세대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고민 역시 달라져야 한다. 청년들에게 어떤 직업을 제공할 것인가를 넘어, 어떠한 삶을 설계할 수 있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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