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의 많은 일들로 고용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충북 또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는데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와 교육부 학교알리미자료에 따르면, 2024년 충북의 청년 고용률은 43.2%로 전국 평균인 44.5%보다 낮고, 직업계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2015년 52.4%에서 2023년 40.7%로 11.7%p 하락했다. 단순히 수치의 하락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청년층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충북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지로 지정되었지만, 현장의 숙련 기술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를 반영하듯 2024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조사에서도 충북 제조업 기업의 38.5%가 숙련 기술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2015년부터 시작한 대학 및 직업계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이하 충북RSC)에서 조사한 ‘구직성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직업계고 학생들은 졸업 후 진학(47.6%)을 가장 선호했으며, 취업 희망은 44.3%에 그치는 결과를 발표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마저 대기업(47.2%)이나 공공기관을 선호하고, 지역 중소기업을 선택한 비율은 29.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와 유사하게도 충북 직업계고 졸업생의 상당수는 지역 산업 현장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 즉, ‘인력 부족 기업’과 ‘취업 기회를 찾는 학생’이라는 두 현실이 공존하지만, 서로 맞닿지 못하는 미스매치가 문제의 본질이다. 우선, 직업계고 학생들의 구직 성향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편중되어 있고, 중소기업에 대해 소극적이며, 반대로 지역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도 불구하고 고졸 채용을 꺼려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경력 부족’과 ‘이직 우려’등을 이유로 들지만, 이는 학생들이 실제로 어떤 교육과정을 거쳐 취업을 준비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한 결과의 원인도 존재하는 듯 하다. 즉 기업이 시선을 바꾸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이미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교육과 산학협력실습으로 실무 중심 교육을 받으며, 국가기술자격증 취득률은 무려 85%에 이른다. 즉, 기업이 우려하는 ‘준비되지 않은 인력’이 아니라, 즉시 투입 가능한 ‘현장형 인재’다. 또한 2024년 충북RSC 조사결과에서 직업계고 학생 50.7%가 “충북 내에서 취업하고 싶다”고 응답한 점은 기업 입장에서 큰 기회다. 도내 대학교 졸업예정자의 충북지역 취업 희망 비율이 25.5%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직업계고 졸업생이야말로 충북 기업에 가장 충실하게 남아 줄 인재라는 의미다. 먼저, 기업은‘직업계고 학생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고졸 인력’이 아니라, 기술 교육과 현장 경험을 갖춘 ‘준비된 인재’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직업계고와 산학 협력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실습·현장체험을 통해 학생들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이는 학생에게는 취업동기를 부여하고, 기업에는 인재검증의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 근로환경 개선과 경력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지역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초기 임금 수준은 다소 낮더라도, 기업이 경력개발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고 재직자 교육·학위연계 프로그램(IPP 등)을 지원한다면, 장기근속과 기업에 대한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실제로 직업계고 졸업생은 대학 진학보다 빠르게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어, 기업이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면 충북 산업을 뒷받침할 핵심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지역 차원의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 기업이 직업계고 졸업생을 채용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세제 혜택이나 인건비 지원을 제공한다면 기업의 부담은 줄고 채용 의지는 강화될 것이다. 충북의 순이동 인구감소 중 청년층 유출이 그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직업계고 채용을 통한 지역 정착 촉진은 인구 문제와 고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학생들은 이미 지역에 남고 싶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기업이 변할 차례다. 직업계고 졸업생 채용은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니라,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충북 기업들이 이 기회를 외면하지 않고 열린 시각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인재와 일자리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충북, 기업이 성장하는 충북, 모두가 함께 잘사는 충북. 이 비전은 직업계고 졸업생을 지역 산업 현장과 연결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열쇠는 기업의 손에 쥐어져 있다.